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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_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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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우리는 때로 가장 견고한 성벽을 마음속에 쌓아 올립니다. 그것은 단순한 교만이 아니라, 수많은 지식과 논리로 다듬어진 '지성(知性)의 성벽'입니다. 이 성벽 안에서 우리는 안전하고 고귀하다고 느끼며, 감히 우리 앞에 나타나는 초월적인 진리를 오만하게 심판하려 듭니다.
영국의 위대한 지성인이자 세계적인 명작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였던 클라이브 스테이플스 루이스(C.S. Lewis)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는 무신론이라는 철옹성 속에서, 신앙이란 감상적이거나 혹은 지적으로 열등한 자들의 피난처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신앙은 표적을 보고 믿는 피상적인 확신이 아니라, 우리 영혼 깊은 곳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걷어내는 성령의 씻는 역사로 시작됩니다.
루이스의 가슴 속에는 세상의 어떤 명예나 쾌락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기쁨(Joy)’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있었습니다.
이는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영원한 샘물을 그리워하는 목마름과 같았습니다. 그 갈망이야말로 그분을 향한 영혼의 은밀한 탄원이었으나, 루이스는 그 존재를 인정하기를 필사적으로 거부했습니다.
그의 회심은 '내키지 않는 사랑의 항복 선언'이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하나님이 계신 것 같다는 것이었죠
어느 날, 루이스는 그의 논리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도록 진리에 의해 포위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분은 사랑의 사냥꾼처럼, 가장 날카로운 논리적 화살로 루이스의 지성의 성벽을 끊임없이 두드리셨습니다.
성령의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바람은, 루이스가 평생 쌓아 올린 지식의 탑 아래를 서서히 허물어뜨렸습니다. 루이스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그분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가장 가까운 이웃처럼 그의 영혼 깊숙한 곳에 스며들었습니다.

그의 머리는 논쟁으로 뜨거웠고, 마음은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그 순간, 그는 자신이 더 이상 진리를 피해 숨을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논리적으로 밀어내려 했던 '그리스도의 실재'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태양처럼 그의 영혼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루이스는 스스로 고백했습니다. "나는 굴복했다. 그날 밤, 나는 온 영국에서 가장 낙담하고 내키지 않는 회심자가 되었다."
그의 고백은 승리라기보다는 하나님 앞에, 예수님 앞에 완전한 항복을 선언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쌓은 성벽이 무너지고, 가장 오만했던 지성이 예수 그리스도의 피 묻은 십자가 앞에 온전히 적셔지는 기적이었습니다.
성령의 씻음은 그의 더러운 심령을 맑게 했을 뿐 아니라,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였던 '지성'을 가장 아름다운 도구로 변화시켰습니다.
루이스는 1931년 회심한 후, 수십 년 뒤에 비로소 《나니아 연대기》를 집필했는데, 이 작품은 바로 거듭난 영혼의 상상력이 낳은 결실이었습니다. 그는 복음의 진리를 아이들과 만인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사자 아슬란을 통해 그리스도의 희생과 부활을 그려내는 등 신앙적 내용과 긴밀하게 결부된 위대한 우화 문학을 창조해냈습니다.
지성의 성벽을 내려놓은 후, 루이스의 언어는 비로소 은혜의 찬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평생 팠던 논리의 우물은, 이제 수많은 영혼에게 생수를 길어주는 거룩한 변증의 샘이 되었으며, 그의 상상력은 《나니아 연대기》라는 영원한 복음의 우화로 피어났습니다.
진정한 거듭남이란 이처럼, 자신이 자랑하던 모든 것을 배설물처럼 여기고, 오직 성령의 불로 녹여진 후 새로운 사랑의 항복 노래를 부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 노래는 영원한 갈망의 샘 앞에서 굴복한 영혼만이 부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고백일 것입니다.
TheGraceHera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