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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_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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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 오는 날, 횡단보도를 걷던 한 행인이 뺑소니 차에 치여 쓰러지는 장면을 영화를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그는 마지막으로 고해성사를 위해 사제를 간절히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 곁에 있는 사람은 사제직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남자였습니다.
고뇌 끝에 남자는 그 행인을 가슴으로 안아주고 고해성사를 들어줍니다. 그의 죄를 용서하고 영혼의 구원을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은 나의 마음을 깊이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 남자는 다시 사제의 길을 걷게 되었죠. 남자가 신께 기도하는 그 순간 나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정리해 주는 사제의 모습에 감명 받았습니다.
그 영화가 전적으로 나를 목사의 길로 인도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입니다. 영화 속 사제의 영적인 모습은 저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그의 숭고한 기도에 깃든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목사의 길로 접어들었는지 모릅니다.
이미 공학박사로서 S대학 부총장을 거쳐 D대학의 석좌교수직에 있던 저는 다시 총회신학 신대원에서 공부를 하였고, 2024년 2월 22일, 드디어 목사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장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결정된 셈입니다.

지난 2017년 어머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저는 공허함 속에서 삶의 방향을 상실했습니다. 대학 부총장이라는 성공적인 직업도, 현재 내가 가진 모든 것도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억대 연봉의 부총장직을 버리고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배낭에 모신 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걸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겨 메고, 뜨거운 태양 아래 묵묵히 걸었습니다. 길은 험난했고, 몸은 지쳤지만,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각 마을의 성당에 들러 묵상하고 기도했습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나의 남은 삶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앞으로 제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신께 질문하고 또 질문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았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신의 권위를 상징하는 중세의 성당에서 묵상을 통해 스스로 제 길을 찾았습니다. 자신의 길은 누가 찾아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신의 응답은 바로 목회의 길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묵상을 할 때마다 영화 속 기도하는 사제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제는 사제로서의 삶을 포기했지만 죽어가는 영혼 앞에서 다시 사제로 거듭났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전하는 목사가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혹자는 사제와 목사는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톨릭이나 개신교나 그리스도교(기독교)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자신의 소명만 다 한다면 사소한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거시적 차원에서는 결코 차이와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신념이자 철학입니다.
저는 삶에 지친 노인분들을 위한 노인상담소 개소는 물론이고, 신도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작고 소박한 교회를 창립할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명칭도 '마음산책교회'로 명명할 예정입니다. 이미 제 가슴에는 HeartWalkChurch가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