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의 속삭임을 따라, 도정산 그 길을 함께 걷다


 오후의 낙엽길, 도정산에서

주일예배를 마치고 난 뒤,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발걸음을 도정산으로 향했다. 자그마한 야산이지만 그 안에는 생각보다 깊고 포근한 품이 있었다. 따스한 햇살은 부드럽게 우리의 어깨를 토닥였고, 바람은 나뭇가지 사이로 스치며 은근한 속삭임을 전해주었다.

도정산의 오솔길은 오밀조밀하게 이어졌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우리들의 걸음은 마치 오래된 추억 속 산책처럼 정겨웠다. 낙엽은 발밑에서 바스락바스락 속삭이며 계절의 끝자락을 알리고 있었고,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고, 때로는 말없이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무엇이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마음속엔 오래도록 그리워할 무언가가 스며들고 있었다.

함께 걸었던 사람들은 주일의 은혜를 가슴에 품은 채, 평범한 말 속에 따스한 온기를 담아 대화했다.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채워지는 그런 시간이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에 이마를 살짝 내밀고, 이따금씩 낙엽 한 장을 주워 들며 "이것 봐, 색이 참 곱지요?" 하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순간들.

짧은 산행이었지만, 그 길 위에서 나는 행복이 얼마나 소박한 모양으로 찾아오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높지도 가파르지도 않은 산길이었지만, 그 안에는 오래도록 기억될 감정들이 발자국처럼 아스라이 남겨졌다.

아마도 그 시간은, 마음속에 고요히 내려앉은 하나의 기도처럼 남을 것이다. 낙엽 밟는 소리에 마음이 말랑해지고, 동행한 사람들의 미소에 영혼이 따스해졌던 오후. 그 작은 산 위에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조용히, 그리고 낭만적으로 만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