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복음 1:19-28)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로다...자신을 낮추는 삶

 


본문: 요한복음 1장 19–28절

광야의 바람은 언제나 홀로 부는 법이다. 아무 장식도, 이름도 없이 불어와 모래를 휘날리고, 사라진다. 세례자 요한의 삶이 그러했다. 유대인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이 몰려들어 “당신이 그리스도냐?” 묻던 그 순간, 그는 주저 없이 고백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로다. 나는 엘리야도 아니요, 그 선지자도 아니로다.”

유대인들은 더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은 듯 고개를 갸웃했지만, 요한은 끝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다만 “나는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라고 했다.

요한의 대답은 마치 메아리와 같다. 존재는 있으되 실체는 없고, 소리는 있으되 얼굴은 없다. 그는 자신을 길 위에 놓인 작은 자갈처럼 여겼다. 발에 밟힐지라도, 그 위를 지나가는 이가 주님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것이 그의 정체요, 그의 사명이었다.

“나는 그의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요한의 이 고백은 단순한 겸손의 표현이 아니었다. 당시 신발 끈을 푸는 일은 노예들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요한은 그조차도 자신은 감당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세상은 높아지는 자를 추앙하지만, 요한은 낮아지는 길을 택했다. 그가 빛이라 불릴 만큼 위대해졌을 때조차, 그는 오히려 그 빛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되었다.

우리는 종종 ‘나’라는 이름의 왕좌를 쌓는다. 더 높이, 더 크게, 더 오래 기억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요한의 목소리는 우리 내면의 허영을 향해 속삭인다.

“나는 길이 아니다. 나는 다만 길을 예비하는 자일 뿐이다.”

주님을 위한 길을 곧게 한다는 것은, 결국 나를 낮추는 일이다. 내 이름을 지우고, 내 명예를 내려놓고, 내 자리를 주님께 비워드리는 일이다.

광야의 요한은 그렇게 자기 자신을 비웠다. 그래서 하나님은 그 빈 자리 위에 자신의 영광을 채우셨다. 그의 삶은 외침이었지만, 그 외침은 하늘의 침묵보다 깊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증거하지 않았고, 오직 예수를 증거했다. 그리하여 세례자 요한의 낮아짐 속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높아지심을 본다.

오늘도 우리 영혼의 광야에서 누군가 묻는다. “너는 누구냐?”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나는 권력자다, 나는 기업가다, 나는 모든 것을 다 소유한 자다.”~???

그 모든 이름을 내려놓고, 조용히 이렇게 고백할 수 있을까.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로다. 나는 엘리야도 아니요, 그 선지자도 아니다. 다만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외치는 자의 소리일 뿐이다.”

그렇게 내 안의 자아가 작아질 때, 주님의 음성은 더욱 또렷해진다.

그분이 나의 중심을 차지할 때, 내 생은 진정한 의미를 얻는다.

겸손이란 나를 비우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으로 채워지는 일이다.

오늘도 광야의 바람처럼, 이름 없는 소리로 주님을 증거하는 삶.

그것이 세례자 요한이 보여준 가장 위대한 낮아짐의 길이다.

“주여, 나를 낮추소서. 나의 이름이 아니라 주의 이름만 드러나게 하소서. 나는 그리스도가 아닙니다. 나는 다만 주의 길을 예비하는 소리에 불과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