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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_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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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누가복음 2장 15–20절
성탄절이 되면 우리는 늘 익숙한 장면들을 떠올립니다. 베들레헴 들판의 목자들, 밤하늘을 가득 채운 천군천사들의 찬송, 구유에 누이신 아기 예수님. 이 모든 장면은 성탄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구원의 역사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인물, 마리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깊이 묵상하지 못한 채 지나갈 때가 많습니다.
오늘 본문은 목자들의 방문 이후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 짧은 본문 속에서 성경은 마리아의 신앙을 매우 인상적으로 조명합니다. 특별한 행동을 기록하지도 않습니다. 설교를 하지도, 고백을 외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단 한 문장으로 마리아의 신앙의 깊이를 드러냅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말을 마음에 새기어 생각하니라”(눅 2:19)
이 한 문장 안에, 성탄을 맞는 오늘의 교회가 반드시 회복해야 할 신앙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마리아의 신앙 세 가지를 살펴보며, 이 성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본문 18절을 보면, 목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놀랍게 여겼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놀라움은 사건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 설명되지 않는 현상 앞에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감정입니다.
하지만 마리아의 반응은 전혀 다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말을 마음에 새기어 생각하니라”
여기서 “생각하니라”는 말은 단순한 스침이나 감탄이 아닙니다. 원문적으로는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깊이 곱씹는 사유를 뜻합니다. 마리아는 이 일을 쉽게 판단하거나 감정적으로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끝까지 붙들고 씨름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신앙입니다.
말씀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덮어놓고 믿지도 않으며, 끝까지 묻고 생각하는 신앙입니다.
오늘날 신앙의 위험 중 하나는 ‘생각 없는 믿음’입니다. 따지지 않고, 묻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 신앙은 언제든 미신으로, 우상숭배로, 왜곡된 열심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감정만이 아니라 이성도 주셨습니다. 마리아는 그 이성을 말씀 앞에 바쳤습니다.
성탄은 감동의 계절이 아니라, 묵상의 계절입니다. 마리아처럼 하나님의 말씀이 내 삶에 던지는 의미를 끝까지 붙들고 생각하는 신앙, 이것이 성탄 신앙의 첫걸음입니다.
마리아의 신앙은 생각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누가복음 1장에서 천사의 메시지를 들은 마리아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눅 1:38)
이 고백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당시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마리아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어린 처녀였습니다. 임신은 곧 사회적 매장이고, 율법적으로는 생명의 위협까지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마리아는 조건을 달지 않습니다.
“다른 길은 없습니까?”
“조금 더 안전한 방법은 없습니까?”
“사람들에게 오해받지 않게 해주실 수는 없습니까?”
이런 질문이 없습니다.
마리아의 신앙은 대안을 남겨두지 않는 신앙이었습니다. 말씀이 하나님의 뜻임이 분명해졌을 때, 그녀는 자신의 명예도, 안전도, 미래도 내려놓았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신앙입니다.
말씀 앞에서 계산하지 않고, 목숨과 운명을 걸 줄 아는 순종의 신앙입니다.
오늘 우리의 신앙은 너무 많은 대안을 품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되, 하나님 외의 안전장치를 함께 쥐고 살아가려 합니다. 그러나 성탄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모든 대안이 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사건입니다.
마리아는 그 사실을 몸으로 믿었습니다.
마리아의 순종 이후, 모든 것이 즉시 해결되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긴 기다림이 시작됩니다. 열 달을 품고, 오해를 견디고, 요셉의 갈등을 지나고, 마구간에서 아이를 낳고, 다시 숨겨진 30년의 세월을 살아야 했습니다.
하나님은 즉각적인 결과를 주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시간을 주셨습니다.
누가복음 8장 15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좋은 땅에 있다는 것은 착하고 좋은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지켜 인내로 결실하는 자니라”
마리아의 신앙은 바로 이 좋은 땅의 신앙이었습니다.
말씀을 듣고,
말씀에 순종하고,
말씀이 열매 맺기까지 끝까지 품고 기다리는 신앙.
성탄의 영광은 하루 밤에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공적으로 세상 앞에 서기까지 30년의 침묵과 준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가장 정확한 시간에, 가장 선한 방식으로 일하십니다.
우리의 오늘이 더디고 답답해 보여도,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마리아처럼 말씀을 품고 인내하는 자는 반드시 하나님의 큰 그림 앞에 서게 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번 성탄절에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겠습니까?
첫째, 말씀을 깊이 생각하는 신앙
둘째, 말씀 앞에 운명을 걸고 순종하는 신앙
셋째, 말씀이 열매 맺을 때까지 인내하는 신앙
이 세 가지가 마리아의 신앙이었고,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성탄의 부르심입니다.
성탄은 감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성탄은 삶의 태도를 바꾸는 하나님의 초청입니다.
이번 성탄이,
하나님 외에 다른 대안을 내려놓고,
말씀을 현실로 살아내는
참된 믿음의 절기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