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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_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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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3장 5–6절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코리 텐 붐(Corrie ten Boom, 1892–1983)은 특별한 여인이 아니었다.
역사의 무대에 설 이름도, 세상을 바꿀 계획도 없이 네덜란드 하를럼의 작은 시계방에서 하루를 시작하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버지와 언니와 함께 살면서 시계를 고치고 손님을 맞이하며, 신실하게 교회를 다니던 한 신자의 삶. 그녀의 인생은 오랫동안 조용했고, 예측 가능했으며, 안전했다.
코리 텐 붐의 가족은 큰 결심을 하지 않았다. 그저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었다. 집 다락방에 숨겨진 작은 공간은 유대인들의 생명을 위한 피난처가 되었고, 그 선택은 타인의 밀고로 인해 곧 체포와 수용소로 이어졌다.
그녀는 결과를 알지 못했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이 선택이 무슨 의미를 가질지도 알지 못한 채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는 두려움을 마음의 중심에 두지 않았다. 마음을 다해 신뢰한다는 것은, 안전이 보장된 믿음이 아니라 불확실함 속에서도 하나님을 놓지 않는 태도임을 그녀의 삶이 증언한다.
이성은 말했을 것이다. 침묵하라고, 위험을 피하라고, 한 가정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일이라고. 그러나 코리 텐 붐은 ‘현명해 보이는 길’보다 ‘옳은 길’을 선택했다.
그 선택의 대가는 컸다. 아버지는 수용소에서 생을 마쳤고, 사랑하던 언니 베치도 차가운 감방에서 죽어갔다. 인간의 명철로 보면 실패였다. 그러나 잠언이 경고하는 것은 바로 이런 지점이다. 하나님 없이 계산된 지혜는 결국 자기보존으로 기울어진다.
코리는 자신의 명철을 내려놓는 자리에서 비로소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웠다.
수용소는 하나님을 부정하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비참함과 폭력, 죽음이 일상이 된 공간에서 신앙은 쉽게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러나 코리는 그곳에서도 하나님을 밀어내지 않았다. 벼룩으로 가득 찬 막사에서 성경을 나누었고, 감사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도 감사의 이유를 찾았다.
그녀는 하나님을 예배당에만 모시지 않았다. 삶이 가장 하나님답지 않아 보이는 자리에서조차 하나님을 주인으로 인정했다. 범사에 그를 인정한다는 것은, 상황이 허락할 때만 믿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거부할 때에도 하나님을 놓지 않는 선택임을 그녀는 몸으로 살아냈다.
코리는 행정 착오라는 설명으로 수용소에서 풀려났다. 며칠 후, 그녀와 같은 연령대의 여성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다. 그 순간의 의미를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인생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길을 설명해 주었다.
전쟁 후, 코리 텐 붐은 전 세계를 다니며 용서를 증언했다. 특히 자신을 고문했던 독일 간수를 용서한 사건은, 하나님이 그녀의 길을 어떻게 지도하셨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하나님은 그녀를 살려 두신 것이 아니라, 증언하게 하셨다.
코리 텐 붐의 삶은 위대한 업적이 아니라, 잠언 한 구절을 끝까지 믿은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녀는 길을 알지 못했지만, 길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했다. 그래서 그녀의 인생은 이해되지 않았던 순간들로 가득했으나, 결코 길을 잃지 않았다.
새해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러나 잠언은 말한다. 길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누구를 신뢰하며 걷느냐가 인생을 결정한다고. 코리 텐 붐은 그 말씀을 살아낸 증인이었고, 그 신뢰는 결국 길이 되었다.
JayGee 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