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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_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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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7장 1절부터 10절까지의 말씀은 겉으로 보면 가족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사랑이 어떻게 믿음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예수를 시험하고 억압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영적 긴장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의 공생애 가운데 가장 아픈 장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예수를 이해하지 못하고 믿지 못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 후에 예수께서 갈릴리에서 다니시고 유대에서 다니려 하지 아니하셨으니 이는 유대인들이 죽이려 함이러라.” 예수님은 이미 생명의 위협을 받고 계셨습니다.
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할 사람들은 사실 제자들보다도 가족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3절에서 예수님의 형제들이 등장합니다. “당신의 행하는 일을 제자들도 보게 여기를 떠나 유대로 가소서.” 이 말은 겉으로 보면 응원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5절은 그 속마음을 정확히 밝힙니다. “이는 그 형제들까지도 예수를 믿지 아니함이러라.”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믿지 않으면서 왜 이렇게 간섭하는가? 믿지 않으면서 왜 방향을 제시하는가? 믿지 않으면서 왜 예수님의 사역 방식에 관여하려 하는가? 이것이 바로 본문이 말하는 ‘너무 아픈 사랑’의 본질입니다.
예수님의 형제들은 예수를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족이었고, 혈육이었고,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가 실패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세상적으로 말하면 성공하길 바랐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알아주고, 인정받고, 공개적인 무대에서 능력을 증명하길 바랐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사랑이 믿음이 아니라 통제로 나타났다는 데 있습니다.
“당신이 이런 일을 행하려 하거든 자신을 세상에 나타내소서.” 이 말은 권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요구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험입니다. 예수님의 형제들은 예수님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직 세상의 시선, 명절의 무대, 사람들의 반응을 기준으로 예수님을 판단하고 조정하려 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랑과 집착의 차이를 분별해야 합니다. 사랑은 상대를 하나님의 뜻 안으로 맡깁니다. 그러나 집착은 상대를 내 기대 안에 가둡니다. 사랑은 기다릴 줄 압니다. 그러나 집착은 조급합니다. 사랑은 상대의 시간을 존중합니다. 그러나 집착은 내 시간표를 강요합니다.
예수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내 때는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거니와 너희 때는 늘 준비되어 있느니라.” 예수님의 때와 인간의 때는 다릅니다. 하나님의 구속사는 조급함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집착은 늘 ‘지금 당장’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집착은 종종 신앙의 언어를 빌려 하나님의 뜻을 앞지르려 합니다.
예수님의 형제들이 문제였던 것은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믿지 않으면서도 간섭했기 때문입니다. 믿지 않으면서 조언하고, 믿지 않으면서 방향을 제시하고, 믿지 않으면서 사역을 평가하는 태도는 결국 예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예수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장면은 마태복음 12장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과도 깊이 연결됩니다.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 예수님은 가족을 부정하신 것이 아닙니다. 혈연을 넘어서는 더 깊은 기준을 제시하신 것입니다.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진정한 관계는 혈통이 아니라 믿음 위에 세워집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관계를 파괴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흔들고, 불안하게 만들고, 하나님의 부르심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이런 사랑은 종종 나타납니다. “너를 위해서 말하는 거야.” “이게 다 사랑이야.” 그러나 그 말 속에 하나님의 뜻을 묻지 않는 조급함과 통제가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입니다.
예수님은 결국 형제들의 말에 끌려가지 않으셨습니다. 그들을 정면으로 꾸짖지도 않으셨습니다. 다만 자신의 길을 지키셨습니다. “너희는 이 명절에 올라가라. 나는 아직 이 명절에 올라가지 아니하노라.” 그리고 10절에서 조용히, 은밀히 올라가십니다. 하나님의 일은 사람의 요구에 끌려다니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한다 말하면서 그 사람의 믿음을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면 내 기대를 강요하고 있는가. 나는 하나님의 때를 신뢰하는가, 아니면 조급함으로 하나님의 일을 앞당기려 하는가. 혹시 나의 사랑이 너무 아파서, 결국 누군가를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참된 사랑은 집착하지 않습니다. 참된 사랑은 믿음으로 물러설 줄 압니다. 참된 사랑은 하나님의 손에 맡깁니다. 예수님처럼, 내 때를 지키고 하나님의 뜻을 신뢰하는 사랑이 우리 안에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그 사랑만이 사람을 살리고, 관계를 살리고, 믿음을 지켜냅니다.
JayGee 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