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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_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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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 발의된 민법 개정안은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원칙을 앞세우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종교의 자유를 제약할 소지가 적지 않다.
개정안은 비영리법인이 정치 활동에 개입하거나 공익을 해쳤다고 판단될 경우,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잔여 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그 ‘판단 주체’가 사법부가 아니라 정부와 행정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개정안 구조상 비영리법인, 즉 종교단체가 정치 활동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행정부가 판단하게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과정에서 법원의 영장 없이도 관련 서류 열람과 조사가 가능하도록 한 점이다.
이는 헌법이 명시한 영장주의를 형해화할 수 있으며, 행정권력이 자의적으로 종교단체의 활동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종교단체는 대부분 민법상 비영리법인이다. 따라서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정권 정책에 비판적인 설교나 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조차 ‘정치 개입’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긴다. 공익을 해쳤는지 여부 역시 명확한 기준이 없다. 결국 판단 기준은 정부의 해석에 달리게 되고, 종교의 존립 여부가 행정권의 의중에 좌우되는 구조가 된다.
정교분리는 국가가 종교를 지배하지 않기 위한 원칙이지, 종교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정교분리를 근거로 종교법인의 회계와 활동을 관리·감독하고, 해산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정교분리의 본래 취지와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이 같은 방식은 역사적으로도 낯설지 않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정교분리’를 왜곡해 포교규칙을 만들고 종교 활동을 철저히 관리했다. 종교가 민족운동이나 권력 비판으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통치 전략이었다. 종교를 정치에서 분리한다는 명분 아래, 실질적으로는 정치 권력이 종교를 통제했다. 현재 논란이 되는 민법 개정안이 이 시기의 통치 논리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종교는 본질적으로 사회와 단절된 존재가 아니다. 불의한 현실에 침묵하지 않고 권력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다. 이를 정치 행위로 규정하고 행정적 제재 대상으로 삼는다면, 국가는 종교에 ‘침묵’을 강요하는 셈이 된다.
이번 법안의 대표 발의자는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며, 더불어민주당의 김우영, 김준혁, 권칠승, 염태영, 이건태, 이성윤, 송재봉, 서미화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회는 이 법안이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와 권력 분립 원칙에 부합하는지, 다시 한 번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 정교분리의 이름으로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JayGee JIN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