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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_J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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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아직 잠에서 덜 깬 골목 위로 햇빛이 천천히 내려앉으면, 밤새 묵은 시간의 먼지를 털어내듯 우리는 새해라는 이름의 문턱 앞에 서 있지요.
부엌에서는 떡국 끓는 소리가 은근한 위로처럼 번지고, 창밖의 바람은 지난 계절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접어 둡니다. 이때 마음은 자연스레 한 구절로 향하게 됩니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다”(시 127:1).
새해의 계획과 다짐이 분주해질수록, 주님이 세우시는 집에 먼저 마음을 들여놓고 싶어집니다.
설날은 단지 달력이 넘어가는 날이 아니라, 기억이 모여 기도가 되는 시간입니다.
조상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 아직 풀리지 않은 상처를 조심히 감싸 안는 용기,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한 상 위에 놓입니다.
“너희의 모든 염려를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벧전 5:7).
염려를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날, 우리는 비로소 가벼운 발걸음으로 새 길을 밟지요.
아이들의 웃음은 집 안을 환하게 밝히고, 어른들의 주름에는 오래된 사랑이 고요히 앉아 있어요.
설 인사는 말보다 눈빛으로 먼저 전해지고, 손을 잡는 순간 마음의 온도가 서로에게 옮겨 갑니다.
“주의 은혜가 우리의 평생에 있을지어다”(시 90:17).
그 은혜가 오늘의 떡국 국물처럼 따뜻하게, 내일의 길처럼 담담하게 우리 삶을 적셔 주기를 소망합니다.
새해는 늘 약속처럼 오지만, 약속을 지키는 힘은 하늘에서 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기도합니다.
어제의 잘못을 용서로 씻어 주시고, 오늘의 수고를 소망으로 묶어 주시며, 내일의 길을 빛으로 인도해 달라고요.
설날의 하얀 떡처럼, 마음도 새로워지기를. 주님 안에서 시작하는 이 첫 걸음이, 한 해의 노래가 되기를 바라며 조용히 고개를 숙입니다.
JJG.